차명일 성민네트웍스 공동 대표 “독서경영은 살기 위한 생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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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
아는 것이 힘이다.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던 시대에 자주 쓰던 말이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사람보다 스마트한 기기들로 우리는 너무도 손쉽게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는 힘이 되지 않는다. 정보를 가공하고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돼버린 지금, 어떻게 해야 그 힘을 키울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독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간다. 그리고 때로는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성민네트웍스가 그 선발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성민네트웍스는 전문 병원을 위한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병원마다 다른 운영 프로세스에 맞춰 컨설팅하고, 주요 지표를 세운 뒤 병원의 서비스 품질 향상을 돕는다. 강남역 근처 병원들을 담당하고, 국내 병원 250여 곳을 관리하게 되기까지에는 차명일 공동 대표의 ‘꾸준하고, 장기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7년 전 독서경영을 시작했을 때부터 2022년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에서 최우수상을 받기까지. 정갈한 글씨로 빼곡하게 적힌 수첩을 꺼내 보여준 그의 모습엔 단단한 내공이 깃들어 있었다. 어느덧 옷깃을 저미게 하는 쌀쌀한 오후의 한 날, 서울특별시 구로디지털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성민네트웍스 본사에서 독서경영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차명일 성민네트웍스 공동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성민네트웍스 본사에서 독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독서취미라고 했으면 하지 않았을 텐데 독서경영이라고 해서 참가한 거예요” 직원의 실력이 회사의 실력인 만큼, 어떻게 해서라도 직원들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 시작이었다. “예전에는 회의에 들어가면 저 혼자만 말을 했어요. 각자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바뀔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독서경영을 알게 됐죠” 자기주도적인 업무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창의력이 증대하고 소통이 늘어난다’는 대회 슬로건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독서는 기본적으로 혼자 읽는 행위. 저자와 대화하면서 접점을 찾아낸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읽으면 나와 저자, 그리고 동료가 조화를 이룬다. “책으로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게 저한텐 큰 의미였어요.”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인정과 격려가 아닌 성취감이다. 행동으로 옮겨 작게나마 무언가를 이뤘을 때 사람들은 변해간다. “책 한 권에 적용할 것 하나. 하나만이라도 실천해서 변화되는 체험을 겪으면, 성취감이 저절로 따라와요. 그게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사례가 많았죠” 야근을 지양하는 ‘야근제로’ 시스템 역시 책을 통해 시작됐다. “제가 진짜 야근을 많이 했어요. 그게 회사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야근을 하는 게 회사를 망하게 하는 길이라는 걸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거죠. 내부적으로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야근이 구십 퍼센트 없어졌어요. 5시 반 퇴근인데, 35분이 되면 회사에 저 혼자 남아있어요 (웃음)”
‘실행하는 자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훌륭한 계획도 실행이 따르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환경 관련 책을 보고 텀블러를 사용하거나, 목디스크 때문에 모니터의 높이를 높게 두거나. “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나에게 이런 영향을 주어서가 중요한 거죠. 그래서 독서는 반드시 방법이 있어야 해요” ‘본깨적’은 본 것, 깨달은 것, 마지막으로 내 삶에 적용할 것을 정리하는 독서법을 말한다. 타인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하게 나의 관점에서 문제를 들여다봐야 하고, 똑같은 책을 읽어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사무실을 둘러봤다. 모니터는 눈높이보다 위에, 책상에는 개인 텀블러 하나씩 놓여있었다.
“첫 페이지가 어렵지, 한번 읽기 시작하면 계속 가잖아요” 참여율이 낮더라도 이를 강행할 수 있었던 건 독서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근하고 삼십분은 무조건 책 읽는 시간으로 만들었어요. 하나의 업무로 포함한 거죠. 처음에는 절반 정도가 안 읽었는데, 지금은 다들 한 달에 한 권은 충분히 읽어요. 두 권, 세 권 읽기도 하고요” 독서는 달리기와 꽤 비슷하다. 뛰기는 싫지만 다 뛰고 나면 언제나 상쾌하고 건강해진 기분이 든다. 독서 역시 읽기는 싫지만 다 읽고 나면 뿌듯한 성취감이 든다. 독서로 피해를 보는 건 거의 없고, 유익한 점은 아주 크다. 다만 시작하기가 어려울 뿐. 몸에 좋지만 머뭇거리게 되는 건 살짝 떠밀 수밖에.
“회의할 때 아이디어가 정말 많이 나와요. 제가 얘기하는 건 이십 퍼센트? 그거밖에 안 돼요” 이전까지 경영자만 고민했던 것을 전 직원이 말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대표와 직원들의 관계보다 그저 같은 주제로 얘기를 나누는 ‘사람 대 사람’의 관계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회사의 모든 결정은 직원들의 의견을 통해 정해져요. 다들 브레인스토밍이 좋다고 하지만 알고 넘어가는 것에서 끝나면 소용없어요. 워크샵, 기부, 대회 다 직원들이 주도해서 계획해요. 완전히 문화가 바뀐 거죠” 독서경영은 처음 도입한 계기처럼 ‘자율적 주도적 조직문화’를 회사 내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게 도와준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행위 자체가 조직의 DNA로 자리 잡는데 분명한 역할을 한 셈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지식을 채우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볼 때 독서는 자기경영의 가장 좋은 수단으로 개인 발전을 기대한다.
원활한 독서경영은 대표의 강한 의지가 필수적이다. 그것도 아주 강한 의지가. “매주 한 번은 꼭 교보문고랑 영풍문고에 들러요. 독서 트렌드를 알아야 독서를 지도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먼저 읽어보고 그중에 정말 괜찮은 책을 꼽아서 소개해요” 강한 의지력 뒤에는 제대로 갖춰진 시스템이 필요하다. “독서모임을 지원해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하는 건데, 한 달에 한 번 업무시간에 진행해요. 담당자도 있고요” 독서경영을 한다 하면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 지속해서 운영될지, 지식제공자와 받는 자가 고정화되진 않을지, 그리고 현업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되진 않을지. 하지만 한 번도 중단된 적은 없다. “독서경영은 장시간 투자할수록 최고의 투자에요.”
우리나라 성인 절반 이상은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갈수록 독서는 어려워진다. 특히 책 읽기가 훈련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상당한 곤혹이다. 하지만 이 힘든 걸 몇 년째 해내고 있는 직원들의 반응은 처음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 “막상 읽기 시작하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한두 페이지 붙잡고 있어요. 처음 한 달에 한 권만 읽으려던 게 지금은 두세 권이 되고, 이젠 자발적으로 책 선정도 해요” 제일 큰 변화는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어쩌면 이게 독서의 가장 큰 효능이지 않을까. 개인의 성장을 넘어 조직의 성장까지 할 수 있다는 게.
“저는 독서를 통해 좋아지고 있는데, 직원들은 그대로잖아요. 직원들도 그걸 느꼈으면 했어요” 대표로서 경영자로서 회사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은 좋은 걸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제해야 가능하다. 수많은 경영방식 중에 독서경영을 선택한 건 단순히 회사의 성공만이 아닌, 공동의 미래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단단한 내공이 쌓여 어떤 삶의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 인생을 살며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실패와 좌절, 방황의 순간에 독서라는 구원의 손길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몸을 강건하게 만드는 것이 운동이라면 영혼을 강건하게 만드는 것은 독서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존재다. 그런데 성장의 최고 반려자는 바로 독서다. 시간이 있는데 특별히 할 일이 없다면 아니, 있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한번 책을 펴보자. 이왕이면 본깨적으로.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 2023.11.27